부커상 후보라고 해서 서점에서 앞부분을 읽다가 구매해서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아마 누구든 이 책을 접하면 짧은 시간 안에 완독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야기꾼의 소설이다.
작가
1964년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군대에 입대했다. 제대 후 우연한 계기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총잡이> <북경반점> <이웃집 남자> 등의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등단한 바로 다음 해인 2004년 장편소설 [고래]가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고래는 전통적 소설 학습이나 동시대의 소설에 빚진 게 없는 작가의 기존의 틀로 해석할 수 없는 놀라운 작품이라는 평가를 바드며 문단을 술렁이게 만들었고 유례없는 개성적인 작가의 출발을 알렸다.
서평
글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소설이 얼마나 있을까? 또 속속 빠져드는 이야기는 얼마나 있을까? 노파에서 금복, 그리고 춘희로 이어지는 전개는 헤어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빠져들게 만든다.
배경은 1930년대 ~ 1970년대 추정된다. 그런 과도기 시기에 나올 수 있는 누군가의 일대기처럼 보이지만, 몽환적이고, 설화적이고 성공 일대기처럼 보이는 이야기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내용이 흐름도 빨라 멈출 수도 없지만, 하나하나 놓치기 싫은 이야기의 연속이며, 읽다 보면 내가 이야기 안에 주인공이거나 주인공을 곁에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영화를 본 듯한 표현이 이 소설에 또 다른 재미다.
단어 문장을 읽다 보면 책 속에 생선 비린내를 읽고 있는 동안 비린내가 내 콧속을 찌르는 듯하고, 봄바람이 분다고 하면 등 뒤에 누군가의 힘에 의해 밀어지는 듯한 바람의 느낌도 알 수 있다.
책 속의 글자와 문장이 곧 나의 경험이 된다.
이야기 속 한가운데에 내가 있는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것이 이야기꾼 천명관의 이야기 법칙인 거 같다.
노파와 애꾸눈
금복과 춘희
생선 장수, 걱정, 칼자국, 문 씨, 쌍둥이 자매, 점보, 약장수, 수련…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하나하나 경중을 가릴 수 없을 내용들이다. 반전도 있고, 순애보도 있고, 사필귀정이 내용도 있어 인생 이야기로 가득하다. 작가는 정말 이야기 꾼이 되고 있었는지 갑자기 “독자 여러분 ~~” 하면서 직접 설명하는 형식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존에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형식을 깨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다. 이것도 천명관의 이야기 법칙인 것 같다.
각 등장인물의 이름도 흥미롭다.
걱정! 금복의 남자 '걱정' ! 이름대로 금복에게 걱정만 쌓이게 한다.
노파는 늘 사건의 파장을 발사한다. 박색 한 인물로 돈만 모으는 인생을 살다 죽음을 맞이하지만, 노파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사건마다 이야기에 등장해 어두운 파장을 일으킨다.
금복은 돈 복은 많은 인물이다. 사업수단도 좋아, 건어물, 다방, 벽돌 공장, 극장이 모두 성공하지만. 이름에 대한 아이러니인지 그녀가 가진 건 곧 사라질 물질에 관한 복뿐이다.
춘희는 이름처럼 봄날의 기쁨처럼 순수하게 지냈으면 했지만, 금복 딸 춘희는 따스한 봄날처럼 살지는 못했다. 뜨거운 여름날의 지친 노동자 삶 같으며,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는 여정뿐이다. 그녀의 인생 봄날은 요원하다.
무엇보다 금복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금복은 특별함이 있다.
생선 장수를 만날 때도, 걱정을 만날 때도 칼자국을 만날 때도 금복에는 특별함이 있다. 금복은 생선 장수와 걱정 그리고 칼자국과의 갈등과 어려움 속에 악을 쳐내는 글을 읽으면 같이 악에 받쳐 가슴이 무거워지고 금복의 현명함을 읽을 때는 내가 멀리서 뿌듯한 게 금복을 쳐다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작가는 본능처럼 끌리는 금복의 특별함을 아낌없이 이야기한다. 금복의 사랑과 남자에 대한 아낌없는 끌림 이야기는 읽는 내내 파도처럼 폭풍처럼 몰려왔다가 잔잔하게 물러가기를 반복하다.
"id"는 우리의 본능적인 욕구를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즉각적으로 얻고자 하는 충동과 욕구를 제어합니다."ego"는 "id"의 욕구를 제어하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부분입니다.
-프로이트-
금복의 행동은 정제되지 않는다. 성욕에 대한 내용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금복은 원초적이다.
금복은 수완이 좋고 똑똑해 보이지만, 소설 속 캐릭터는 이드(id)처럼 가장 본능적 욕구인 생존 본능을 위해 공격 본능과 성적 본능에 충실한 인물이다. 배고픔, 목마름, 성욕은 전혀 정제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말 못 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춘희가 오히려 자아(ego)로 출발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비록 완성은 못했지만, 처음에는 홀로 존재하였지만, 주변과 상호 작용하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면서 자기의 정체성, 인식, 판단, 결정으로 사회화로 가는 과정이 이야기된다.
생존 본능에 충실한 이드(id)인 금복이 부러운 건 현대 사회를 살면서 억눌린 본능을 대변해 주고, 간접경험을 느낄 수 있어 충격과 공감이 있었고, 무던하게 살아가는 춘희라는 인물은 답답했지만, 결국 자아(ego)의 영역 속에 사는 현재의 평범한 사회인을 말하는 거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금복과 춘희를 보면 누가 더 우생 한 존재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고래는 다른 수식어보다는 읽는 즐거움이 크다
- 저자
- 천명관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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